본문 바로가기
카테고리 없음

[오늘의 시] 나태주 - 큰일

by 거북이 도도 2024. 3. 3.

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표지(출처: 교보문고)

큰일 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나태주

조그만 너의 얼굴
너의 모습이
점점 자라서
지구만큼 커질 때 있다

가느다란 너의 웃음
너의 목소리가 
점점 커져서
지구를 가득 채울 때 있다 

이거야 말로 큰일
사랑이 찾아온 것이다

 

 오늘은 나태주 시인의 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중 '큰일'을 읽어봅니다. 

 

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라고 했는데 나의 아버지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?

철없이 던진 말과 모질게 대했던 나의 행동들을 아버지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? 

 

 평소에는 책을 빨리 읽으려고 속독을 하는데 이 시를 읽었을 때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멍해져 버렸습니다. 갑자기 심장이 쿵쿵거리면서 뛰고 알 수 없는 울컥함이 밀려왔습니다. 이게 시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. 사랑을 몇백 페이지로 구구절절 써 내려갈 수도 있지만 몇 글자 만으로도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게 진정한 시의 힘인 것 같습니다. 

 

 몇년 전에 나태주 시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. 아직도 흰머리에 주름이 파여있던 할아버지의 얼굴과 호탕하던 목소리가 생각이 납니다. 겉모습을 봤을 때는 이렇게 섬세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, 몇 년이 지난 후 시로 만난 나태주 시인은 너무나 멋있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. 책을 펴자마자 '역시 시인이야'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시였습니다. 

 

 시를 들여다 보면 딸아이를 생각하며 한껏 사랑에 빠진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. 누구에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지만 나태주 시인에게는 딸아이에게서 큰일이 난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의 깊은 사랑에 빠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.  

 

 나의 아버지도 또 나의 어머니도 나를 만나면서 이런 깊은 사랑에 빠졌었겠지요? 지금보다 더 철이 없던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해 봅니다. 학창 시절 내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내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같이 앉아계셨던 어머니, 매일 아침 나를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주시던 아버지, 무뚝뚝한 부모님이지만 그분들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왔음을 또 기억해내고 있습니다. 시 속에 있던 아버지가 그랬듯 나의 아버지 또한 나에게 깊은 사랑에 빠졌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. 생각만 해도 벅차고 감사한 마음입니다.